- ARCHITECTURE -


바닷가에 집을 짓는 일과 섬에 집을 짓는 일은 분명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우리 시대 해안의 건축이라면 애초에 거의 본능적으로 바다라는 전경을 한껏 포획하려는 결연함만으로 가득 차 있기 마련이겠지요. 하지만 익명의 섬 가에 자리할 소소한 집의 기획이라면 오히려 대자연의 품으로 어찌하면 무사히 귀속될 수 있을까를 꾀하는 일에 더 가까울 거란 생각입니다. 한 점의 티 없이 뻗은 월령 앞바다의 그 에메랄드 빛 망망함은 여타 어느 해안 보다 제주가 ‘섬’이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우는 면모를 발합니다. 이는 

제가 이 집의 외형적 언어를 비교적 차분하고 간소하게 정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편 내부에서 보는 이 집의 전면 창에 맺힌 정경이라면 어쩐지 두 개의 다른 블루 말고는 없습니다.  마치 로스코(Rothko)의 회화처럼 그저 위 아래로 각기 재단된 바다와 하늘을 말합니다, 이 장면을 두고 제가 이른바 비현실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모종의 임계(threshold)로 설정했다고 할까요.  


그 경험의 밀도를 높이고자 한 것이 우선 진입 마당의 세팅입니다.  여기서 건축은 그저 야성으로 들끓는 대양 속 한 점, 위태로움 속에서 안식을 구하는 어떤 존재이며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은 곧 내면의 겸허로 이어질 거라 봅니다.  우리가 방금 거쳐 온 ‘세상’이라는 외투를 벗어 일단 어딘가 잘 개어 놓으라는 메시지의 영역이랄까 또는 반사 연못의 수면 위 투영된 공허함과 함께 낯선 차원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들여놓기 위한 장치랄까요. 

이 집의 속살 역시 처음부터 벽과 바닥과 천정과 가구 따위의 구분이 흐려진 하나의  백색 지형일 뿐입니다. 그 공간은 이미 현실성을 대거 잃은 모습일 뿐더러 우리에게 어떤 행위든 뚜렷이 지시하는 것조차 없을 겁니다.  다만 그 안에서 나와 타인은 숨 듯 말 듯 침묵으로 부유합니다.  서로 다른 세상처럼.                  

문자를 새겨놓은 듯한 건축

김헌 건축가


Hun Kim (金 憲)

한양대 건축공학과 

미 the University of Michigan
대학원 졸업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겸임교수 역임

세종대학교 일반대학원 건축학과 교수 역임

경희대학교 건축 전문대학원 교수 역임

현 studio asylum 대표


1960  서울 출생 

1983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1986  美 The University of Michigan 대학원 졸업(M.Arch) 

1993  건축사사무소 예다(yED'A) 설립 

2002  스튜디오 어싸일럼(asylum)으로 개명 

2004  건축가협회 특별상 수상 

2006  베니스 국제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2006  일본 건축가 협회(JIA) 오사카지부 초청 전시 및 강연 

2007  스페인 Salobrena 국제 지명 현상설계 초청 

2007  건축가 협회 특별상 수상 

2008  베니스 국제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2008  경기도 건축문화상 수상 

2014  인천광역시 건축상 대상 

2015  제19회 광주광역시 건축상 은상

1960  서울 출생 

1983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1986  美 The University of Michigan 대학원 졸업(M.Arch) 

1993  건축사사무소 예다(yED'A) 설립 

2002  스튜디오 어싸일럼(asylum)으로 개명 

2004  건축가협회 특별상 수상 

2006  베니스 국제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2006  일본 건축가 협회(JIA) 오사카지부 초청 전시 및 강연 

2007  스페인 Salobrena 국제 지명 현상설계 초청 

2007  건축가 협회 특별상 수상 

2008  베니스 국제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2008  경기도 건축문화상 수상 

2014  인천광역시 건축상 대상 

2015  제19회 광주광역시 건축상 은상